열정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청년들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

 그동안 취재를 하면서 수많은 청년들을 만나왔다. 소셜임팩트 영역에 관심이 있어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는 대학생들부터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사회초년생들. 어느정도 소셜섹터에 적응이 되어 맡은 일을 수행하고 있는 중간관리자들까지.

 

내가 만난 청년들은 각자의 사정과 소셜임팩트에 대한 애정, 조직에 대한 만족에 따라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예를들어 우리 조직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청년들도 있었고, 이 영역에서 꾸준히 계속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꾸준히 소셜임팩트 영역에서 남아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욕구가 있었다. 바로 공부.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밀려드는 업무로 공부에 할애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 막상 하려고 해도 무엇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사회연대경제 영역의 교육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다. 공부에 대한 의미부터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등 그동안 내가 궁금했었고, 또 청년들이 궁금해 할만한 질문을 건넸다. 인터뷰가 끝날 때 쯤 나 역시 공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강민수 사회연대경제교육원장 겸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 (사진촬영=밀리)

인터뷰 : 강민수 사회연대경제교육원장 /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
*이 글은 '공부'와 관련한 내용이므로 '원장'이라고 표기하였다. 

 

Q. 원장님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A. 저는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연구자로 사회연대경제와 인연을 맺은 이래, 사회연대경제기업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을 주로 해왔습니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을 거쳐서 지금은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이면서, 사회연대경제교육원장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본격적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교육, 학습, 훈련 등 우리는 많은 용어들을 혼용해서 사용하는데요. 각 용어의 개념을 정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 교육, 학습, 훈련, 개발은 사실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요. 비슷하게 사용하는 것 같지만, 차이가 있어요. 제가 교육원 원장을 하다 보니 용어 개념들이 먼저 필요해요.

👉훈련: 현재 맡은 직무 수행을 위해서 필요한 학습이나 교육을 말합니다.

👉개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차 임무 수행을 위해서 필요에 대비하는 학습이나 교육을 말합니다.

👉교육: 훈련과 개발을 포괄하여,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인간 행동의 바람직한 변화를 끌어내는 과정입니다.

👉학습: 스스로 지식과 경험을 체화하는 과정으로, 실무에서는 교육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합니다.

 

Q. 현장의 청년 종사자들은 바쁜 실무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원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 사람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자신을 위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이 지식노동자일텐데, 지식노동자가 자신을 위한 학습을 게을리한다면 더 나아질 수는 없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지식노동자는 교육, 개발, 훈련, 학습 모두가 다 필요해요.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학습에 대한 오해가 있어요. 학습에는 형식 학습무형식 학습이 있어요. 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형식 학습(교육, 훈련, 개발 등으로부터 얻어지는 학습)20% 라고 보고, 무형식 학습(맥락적인 학습, 비정형 학습)80%라고 봐요. 이런 흐름으로 보면 무형식 학습이 더 중요할 수도 있죠. 선배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또 문화 속에서 배우는 것이 너무 중요하니까요. 자연스럽게 회의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등을 배우는 거죠. 읽으면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무형식으로도 배우는 것이 있다는 것. 그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당신은 성장을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특히 지식노동자들이 학습을 게을리한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 더 좋은 포지션으로 성장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봐야해요.

 

Q.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필요합니다. 공부를 하지 않고 스킬과 트렌드 만으로 일할 때 발생하는 결정적인 한계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바쁜 상황에서도 청년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교육에서 트렌드와 스킬을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건 아니에요. 예를들어 회계담당자가 분개를 할 수 없다면 임무수행을 할 수 없어요. 그런 맥락에서 기술 학습이 필요하고, 더 높은 차원의 일을 하려면 기술적 숙련과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태도를 함양하는 것도 필요하죠.

 

지식은 단기간에 획득할 수 없잖아요. 한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학습되고 성취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을 보면 스킬과 트렌드만으로는 당연히 한계가 있죠. 그렇다고 해서 그것(스킬, 트렌드)이 중요치 않다는 건 아니에요. 정리하면 성과를 내고, 자신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 기술, 태도 등 크게 세 가지가 균형잡혀야 해요. 중요한 것은 태도나 지식은 단기간에 얻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Q. 제가 사회연대경제에서 일하는 청년 종사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일을 하면 할수록 공부의 필요성을 체감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역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직접 실무에 투입이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정작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는지, 또 교육은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어떤 공부부터 시작해야 하고 또 어디서 공부할 수 있을까요?

 

A. 성인학습자의 가장 큰 특징은 내가 이것을 왜 배우는지에 대한 이해를 자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어디서 무엇을 배울까 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고요. “나는 이 공부를 왜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면, 그러니까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어디서 배울지’, ‘누구에게 배울지와 같은 나머지는 굉장히 부차적인 거죠. 왜냐하면 왜 배우는지는 누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왜 배우는지를 스스로 생각해야 해요. 이것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답이 내려지면 현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선배에게 배우기도 하는데 이런걸 무형식 학습이라고 하고요. 나아가 보다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면 전문서적을 읽거나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회연대경제의 선배로서 이야기한다면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 일하려면 사회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시작이라고 봐요. 말하자면, 폴라니, 크로포트킨, 오스트롬 등과 같은 철학자, 사회학자, 최근에는 진화생물학 같은 분야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자각이 이 분야에서 일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니까요.

 

Q. 그런데 청년들에게 철학자나 사회학자 등과 사회 자체에 관심을 가지면 조금 더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말이 청년들에게 와 닿을까요?

 

A. 사람은 감각할 수 있어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이타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할 수 없어요. 우리가 일하는 이 분야는 그런 시선을 갖고 일을 하는 거니까요. 인간은 경쟁적이면서 동시에 협력적인 존재이고, 개인이 하는 것 보다 함께 일하는게 효과가 크다고 믿는 사람들이 일하는 분야잖아요. 이건 틀렸다, 맞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인 거예요. 그리고 이 선택은 태도가 결정된 다음에 그 위에 지식과 기술이 쌓이는 거고요.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 하는 것은 사실 증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어요. 그러나 선택은 해야죠. 본질은 사회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은 이타적으로 사회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 개인적으로는 이기적으로 행위한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의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그런걸 공부해 보라는 거예요.

 

Q. 사회연대경제/소셜임팩트 영역에서 말하는 공부라는 것은 수학이나 국어 등처럼 단순한 학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해야하는 공부란 무엇인가요?

 

A. 사회연대경제에서 해야하는 공부란, 앞선 답변과 연관되어 있다고 봐요. 일하는 태도와 관련된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역사와 철학, 사회와 공동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경제와 경영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요. 실무적인 기술과 지식도 필요하죠. 태도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철학자가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주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운동과 사회의 통일체이고, 이중적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 NGO이면서, Association(결사체)인 동시에 Enterprise(기업)라는 걸 강조하는 거예요.

 

Q. 청년 종사자들은 실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역사나 이론 등의 지식에 대한 공부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못 느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이론 등에 대해 학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실무 중심의 테크닉 적인 학습과 구조를 이해하는 역사 및 이론 공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A. 거듭 강조하지만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 일하려면 그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태도가 필요합니다. 거꾸로 제가 질문하나 할게요. 우리가 역사는 왜 공부하죠? 앞서서 제가 교육, 훈련, 학습, 개발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훈련과 개발은 비교적 왜 배워야 하는지가 명확해요. 그런데 지식과 태도를 형성하는 역사학습은 왜 하는 걸까요? 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 있어야 해요. 누군가 배우라고 해서 배우는 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요. 그러면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당장은 필요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나의 태도를 형성하거나 지식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하는 지점 또는 역사를 배우면 동시에 기술과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풍부한 교육자료가 없는 게 문제인거죠.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이 우리가 단순히 시험을 보기 위해서만 하는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 내려져 있지 않고, 무엇을 배울것인지에 대한 정의도 충분치 않으니까 학습이 평면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거예요. 자신의 태도를 형성하려고 배우는 것인데, 그에 대한 공부가 잘 되어있지 않고, 그렇게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다는게 문제인 거예요.

 

Q.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책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A. 책도 있고, 대학원 등 수업도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영상도 있고요. 이 모든 게 어려우면 비슷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끼리 학습을 할 수도 있고, 또 촉진자를 둘 수도 있고요. 방법은 다양할 것 같아요.

 

대학 입시를 공부하는 것처럼 사회연대경제를 공부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도움이 안 되죠. 공부 그 자체가 필요 없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는 방법이나 현재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네요.

 

Q. 현장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선배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사회연대경제는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로서 지금보다 더 중요해 질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시장은 가격을 매개로 상품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공급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시장의 실패를 경험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목이 타는데 돈이 없다고 해서 물을 사 먹지 못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합니다. 그러니까 시장도 필요하고 정부도 필요해요. 다만 정부의 실패도 관찰할 수 있어요. 예를들어 영국의 의료보험체계(National Health Service,NHS)가 대표적이에요.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기가 몇 개월이 걸려요. 감기 같은 비교적 가벼운 질병은 받아주지도 않고요. 내가 지금 아파서 접수를 했는데 6개월 후에 지금 앓고 있는 감기 때문에 진찰을 받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정부와 시장은 필요하지만 실패도 있는 거예요. 어느정도 수준에서 있느냐의 문제인 거죠.

 

이렇게 국가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 사회문제를 시장이 아닌, 정부가 아닌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사회연대경제라고 해요. 그러니까 사회연대경제는 존재할 수 밖에 없고, 미래에는 더 많아질거라고 생각해요. 정부와 시장에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점점 많아지니까요. 그래서 UNOECD 등에서도 사회연대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앞으로 인류에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연대경제는 앞으로 인류를 위해 필요한 분야이니까 함께 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특별히 위계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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