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이 소셜임팩트 영역에서 일하게 된 이유
에디터 노트🖍🖋🖉
사실 나는 프로이직러로, 연차에 비해(?) 비교적 많은 조직을 거쳐왔다. 당시 내가 왜 조직에 머물지 못하고 새로운 직장을 선택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직마다 이유는 다양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바로 그 이유, 어쩌면 나로서는 더 납득이 안되는 이유들로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다.
소셜임팩트 기자로 일하면서 나와 비슷한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취재와 미팅, 가벼운 인사까지 더하면 내가 만난 청년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올해는 A조직에서 일했지만 다음 만날때는 B소속으로 이직했다며 다시 새로운 명함을 건네는 이들도 많았고,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면 퇴사했다며 조직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보라고 답하거나, 올해 만났던 사람들이 내년부터는 계속 보이지 않게된 경우도 굉장히 봐 왔다.
현장에서는 소셜임팩트 영역에 청년들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지만, 어렵고 조심스러운 주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미 이 영역에서 일하는 청년들이라도 이탈없이 잘 지켜야 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래서 직접 물어봤다. 소셜임팩트 영역에서 일하는 20대, 30대, 40대 청년 각각 1명에게 익명으로 솔직한 생각을 묻는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데에 잠깐 망설였지만 이내 수락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될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쓰는 글은 그렇게 시작되어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됐다. 20대, 30대, 40대의 청년들의 솔직한 생각과 고민을 담은 인터뷰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익명인터뷰로 진행된 만큼 글에는 닉네임과 나이만 표기된다.
인터뷰에는 냉면(27세), 사만다(35세), 청년나그네(46세)가 응해주었다.
Q. 처음 소셜임팩트 영역에서 일하게 된 당시를 돌이켜 보겠습니다. 소셜임팩트, 즉 사회연대경제를 어떻게 알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청년나그네 : 정부부처 산하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고민을 하다가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이직을 준비하던 중 친구에게 “사회적기업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소한(?)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이 저도 모르게 와닿았는지 사회적기업에 입사하면서 처음 사회연대경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사회연대경제기업 컨설팅 담당자로 일하면서 현장 기업의 상황과 지원에 대해 경험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만다 : 저는 사실 사회연대경제가 뭔지, 소셜임팩트가 뭔지 잘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대학원에서 주거복지를 전공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당시 교수님이 가르쳐주셨던 이론이 사회연대경제였어요. 그걸 최근에야 인지했네요(웃음).
🌱냉면 : 저는 회계를 전공해서 관련된 채용공고를 보다가 경영지원 직무 채용에 지원해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경영지원은 어디에서나 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에 그 기관이 사회연대경제 조직이라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입사한 곳에서 지출, 행정처리 등 사무적인 일을 하다가 사회연대경제와 사업운영(실질적인 지원 업무)에 관심이 생겼고, 그 세계에 더 깊게 들어가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행정과 사무처리만 하던 첫 직장을 떠나서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직접사업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Q. 사회연대경제에서 일을 시작하던 초기에 어떤 기대를 갖고 일을 시작하셨고, 지금 현재 상황에서 돌이켜 보면 기대가 충족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청년나그네 : 처음 사회연대경제 조직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20~30대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게 된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기업을 운영하시는 기업의 대표님들과 관계가 넓어지고, 인연을 맺고, 함께 동행하는 것이 보람되고 만족합니다. 하지만 반면에 정부의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고, 지원기관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사만다 : (잘 모르고 시작했으니) 사실 큰 기대가 없었어요. 오히려 사회연대경제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기대가 없었으니 실망도 없었다고 할까요.
🌱냉면 : 처음 실질적인 지원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당시의 가장 큰 기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교류였어요. 여러 현장을 찾고, 다양한 형태의 조직. 그 대표자와 실무자들을 만나서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근무하면서 어느정도 충족되었어요. 서류에 적힌 정제된 의견, 정돈된 매출액이 아닌 조금 더 날것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것은 제가 생각하는 이 일의 큰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업에 대한 것부터 시시각각 변화하며 흘러가는 사회연대경제의 비전이나 정책에 대한 것 까지 각자의 입장을 모두 들을 수 있었어요. 당사자 조직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뜻을 갖고 있는것도 아니고, 각각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 조직 내에서도 정반대의 의견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요.
이것은 이제 막 사회연대경제 영역에 들어온 저에게는 아주 큰 배움입니다. 하나의 쟁점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지려면, 여러개의 신문을 읽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까요? 충분한 교류는 제게 항상 어려우면서도 흥미롭고, 제가 가졌던 환상을 충분히 충족해 주는 부분입니다.
Q. (사회연대경제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혹은 일을 시작하고 나서 느끼는 어려운 점과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청년나그네 : 좋은 점부터 이야기 하고 싶은데요. 사회연대경제기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 같아요. 이것은 기업의 성장과 사회의 변화를 지원하는 담당자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점은 아마도 안정적인 고용과 근로환경(급여, 복지 등)이 민간기업보다 열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만다 : 저는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고 있는데, 사회연대경제기업들에게 “직원들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세요”라고 말하는 입장이에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정작 나는 (사회연대경제 조직에서 일해 온) 근 7년간 좋은 일자리에 있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 중간지원조직 종사자들은 대부분이 계약직인 걸까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채 일한다는 건 매 순간 스스로에게 “이게 맞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분명히 있어요. 직장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서도 다양한 활동과 의제로부터 뿌듯함을 많이 느끼거든요. 중요한 의제가 있으면 여러 기업이 모여 제안서를 만들고 정책집행자에게 전달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는 게 지금 저의 나이인 35살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언젠가는 “내가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던 적도 있었어요. 그럴땐 사회연대경제기업들의 취약계층 고용률 통계를 보면서 스스로 정당성을 찾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진짜로 믿게 됐어요. 사회연대경제기업이 그 자체의 원리대로 많아진다면 정말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가 올 수도 있다고요.
언젠가 햇빛소득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적 있어요. 태양광으로 창출한 소득을 마을식당, 운동기구, 마을버스와 같은 복지에 쓰이더라고요. 주민들이 단순히 돈을 받아서 일시적으로 만족을 채우는게 아니라,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 같았어요. 이게 범위를 넓히면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게 사회연대경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요즘 “내가 속한 테두리인 직장”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해요.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스스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 그 답을 사회연대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냉면 : 어려운 점부터 말하자면, 길이 명확하지 않은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여기서 말하는 ‘길’은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실무자로서의 ‘방향성’이에요.
그동안 진행해 왔던 사업을 분석해서 그대로 계속 진행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게 반복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이게 맞나?”, “어떤 새로운 걸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아요. 다양한 지역의 실무자를 만나서 대화해봐도 길이 명확히 정리되지는 않아요. 지역마다 조례가 다르고 역할에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더 어려워요. 서류로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개념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는 것이 어렵습니다.
좋은 점은 음..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활동가나 실무자 중에 제 또래인 20대 연령층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선배 세대들이 저와 같은 신입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 따뜻해요.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고 말씀하시는 선배님들도 계셨고요. 본인이 배우고, 알려고 하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묻고 또 물을 수 있어요. 제가 말하는 게 큰 장점으로 보이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치열하게 경쟁하고 경쟁을 넘어 시기와 질투를 염려하며 사회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거라고 생각해요.
Q.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 방법 중 하나로 사회연대경제를 육성하고,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에 대해, 청년 입장에서 보시기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 하시나요?
🌳청년나그네 : 먼저 청년의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청년들이 입사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는 어떤 곳인지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죠.
“현재 사회연대경제기업은 다음세대에게 어떤 마중물이 될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다음세대에게도 이어지는 좋은 유산이 되려면 청년들이 도전하고, 창업하고, 그리고 입사지원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제도나 생태계, 이해관계자가 고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의 일자리가 일시적인 고용이 아니라 사회연대경제기업의 일원이나 대표로서 창업하고 일하기 위한 좋은 제도와 지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들을 대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채용을 위한 박람회도 열어보고, 체험하고 경험하는 인턴십도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냉면 : 일정 부분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연대경제 실무자로서의 진입은 단순한 취업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 지역사회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거든요. 공익적 가치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에게는 분명히 의미있는 일자리 선택지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 정책이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아야 해요. 단순히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 만으로는 절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충분한 평균 임금의 수준, 스스로의 역량 계발 기회 제공 등 다양한 질적 가치를 보장해야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 거에요. 초기에 충분히 투자해서 청년들이 사회연대경제 영역을 일반 기업과 동등하게 고려할만한 진로 선택지로 자리잡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공익적 가치만을 미끼삼아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가치와 성장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일자리’로 인식되도록 접근해야 합니다.
Q. 직접 일하면서 느끼기에 사회연대경제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나 보완이 필요한 점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일자리 측면에서)
🌲사만다 : 저는 이 분야의 계약직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정말요.
사회연대경제는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분야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 영역에 있거나, 이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아이러니해요. 매년 계약이 갱신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태로, “우리 모두 함께 잘 살아요”를 외치는 게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 분야에서 오래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요. 전문성을 쌓을 시간도 필요하고요. 이 일에 진짜 애정을 갖고 깊게 파고 들기위해서는 최소한 “내일은 나의 일자리가 있다”는 확신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없으니 청년들, 좋은 사람들이 버티고 버티다 결국 떠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고 사회연대경제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행복한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지금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부터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첫 번째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냉면 : 제가 느끼기에 아직은 사회연대경제 분야의 일자리는 고용 안정성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사업 단위 지원이나 예산에 의해 일자리가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하지요. 일반 기업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거나 성장 기회가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일자리가 있어도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일자리를 선택할 때 사회연대경제 분야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나그네 : 생태계의 발전이라고 하면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저는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인력이라고 생각해요. 전문적인 인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죠. 불안한 터전에서 안정적인 일꾼이나 종사자가 성장하기에는 무리라고 봐요. 이들은 당연히 다른 곳으로 떠날 수 밖에 없고, 생태계는 결국 불안의 연속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전문인력의 양성과 채용을 위해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민간위탁의 장점도 민간분야의 전문가에게 위탁사무를 맡긴다는 취지인데,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의 협치와 연대로서 사회연대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 사람의 더욱 솔직한 이야기는 2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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